할매의 봄날
엄마 노릇, 사람 노릇 나이 오십을 넘어서며, 불현듯 맞닥뜨린 생각. 이제껏 내가 옳다고 굳세게 믿어온 것은 여전히 옳은 것인가? 이영복할머니께서 가만히 다독여 주신다. 성심을 다해 열심히 살아보라고, 행복하라고. 어르신, 고맙습니다.
할매가 살아온 세월의 천을 막 한글을 뗀 거친 문장으로 엮은 백 쪽짜리 치마 한 권66년 전, 열일곱 소녀가 산골로 시집을 갔다. 시집 올 때 입었던 빨간 새각시 치마를 두르고 처음 산에 땔 나무를 하러 간 그녀, 산 임자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부끄럽고 무서웠던 그녀는 같이 갔던 아주머니 뒤로 숨었었다. 그랬던 그녀의 빨갛던 새각시 치마가 색이 바래고, 이곳저곳 떨어진 치마가 되고, 황토색, 검정색, 파랑색 천들로 얼기설기 엮인 백 쪽짜리 치마가 되었다. 그리고 밥 먹을 만한 땅을 얻었다. 무명실과 자투리 천으로 떨어진 치마를 기우며, 자식들을 낳고 그들과의 인연을 붙잡아맸다. 그렇게 한 소녀가 뿌린 씨앗으로 한 가족이 탄생하고 그 가족이 대가족이 되었다. 복숭아 빛 볼의 소녀가 주름으로 뒤덮인 얼굴로 처음 학교에 나갔다. 갈퀴 같은 손으로 연필을 잡은 할매는 글자라는 실을 얻었다. 할매는 바느질 하던 소녀의 모습으로 지나온 세월의 천 조각들을 모으고 꿰어 또 하나의 백 쪽 치마를 만들었다. 그 결과인 이 책은 한 소녀가 할매로 변하는 시간으로 엮은 백 쪽짜리의 치마이다.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면서 담은 소박한 마음과 울퉁불퉁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란다.
서문 - 엄마의 공부
1장_ 여든 번째 봄
- 씨앗은 물을 기다렸다
봄
5월 17일
가방 여섯 개
글씨
세상에서 가장 맛난 국밥
산 임자 할아버지
백 쪽 치매
11월 30일
공부처럼 좋은 건 없다
이희정 선생님께
세상엔 배울 게 많아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하늘에 계신 당신에게
2장_ 인생은 하루하루가 여름이다
- 뜨겁던 뙤약볕, 소나기, 시원한 바람 다시 땡볕과 폭풍
여름
1월 23일
자식들과의 첫 만남
큰아들
남편
1월 20일
고마운 할아버지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3월 29일
복 받는 누룽지
3장_ 단풍은 시나브로 물든다
- 햇볕에 여문 한나절, 예쁜 색이 곱기도 아쉽기도…
가을
7월 23일
해가 좋으면 생선을 말리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쌀
밥 짓기
그분의 깊은 속은 알 수가 없어
11월 22일
성태 보아라
수영에게
할머니가 사랑하는 선우에게
인기 좋은 우리 마당
4장_ 봄이 오려고 겨울이 춥구나
- 서운한 듯하게, 그렇지만 때에도 맞게, 그렇게…
겨울
이영복 삼행시
복 많은 사람
나도 혼자서 살아보고 싶었다
12월 25일
내 마음의 상처
영복이에게
11월 6일
집에 와서 밥 먹어라
친정 어머니
내게 남은 숙제
김영희 쉼터
지는 게 이기는 것
행복
부록_ 우리 엄마
저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엄마는 초능력자
공부의 재미, 요즘 사람은 몰라
아버지는 농사꾼
엄마는 울보
아버지는 대장이다
엄마한테 없는 것
프랑스 여행
후기 -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가족 이야기